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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인지망생
    이전의 詩 2010. 9. 18. 12:54
    친구 아들이 고시에 합격한 날
    아버지는 술에 취해 돌아왔다
    아들을 잘 길렀다고 축하해 주고
    친구가 따라주는 술잔에
    아버지의 금주는 깨져버렸다
    말단 공무원으로 지나온 세월
    아버지의 주름살은
    허연 머리칼에 짙게 깔려 있었다.

    평생 돈 안 되는 일만 했다며
    행정과를 자퇴하고 목사가 되어버린 큰 형과
    신춘문예에 몇 번씩 떨어지며
    시를 쓰겠다는 막내에게
    父傳子傳이라고 웃으시는 아버지

    그날 밤
    웅크리고 잠자는 아버지의 이마엔
    눈물 같은 땀이 젖어있었고
    마근 어깨 위로 덮은 이불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 1992,3년도 쓴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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