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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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의 <우리 동네 목사님>책꽂이 2012. 9. 18. 18:15
15호 태풍 볼라벤, 14호 태풍 덴빈에 이어 16호 태풍 산바까지 연이어 발생한 태풍 세 개가 한반도에 모두 상륙한 것은 1904년 태풍 관측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은 대자연을 이해할 수도 범접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풍이 지나갔으니 이제 가을 중턱에 접어들겠지요. 어느새 긴 소매 옷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여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가을 중허리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을 다시 꺼내 읽다가 이란 시에 눈길이 머뭅니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줍니다. 더불어 신앙이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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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두석의 <성에꽃>책꽂이 2012. 6. 8. 00:20
6월을 맞아 자연스럽게 6월 민주항쟁을 생각해봅니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인 6월 민주항쟁은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1979년 10월 26일)으로 찾아온 '서울의 봄'이 전두환 신군부 세력에 의해 짓밟히자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수많은 시민이 떨쳐 일어난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6월 민주항쟁 때 많은 대학생, 지식인, 시민이 신군부에 의해 고초를 당하고 죽음을 당했습니다. 성에꽃 새벽 시내버스는 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엄동 혹한일수록선연히 피는 성에꽃어제 이 버스를 탔던처녀 총각 아이 어른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입김과 숨결이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 낸번뜩이는 기막힌 아름다움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다시 꽃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어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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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예수》책꽂이 2010. 10. 13. 08:27
정호승의 시집은 서점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산 첫 책이다. 그 책은 《서울의 예수》가 아닌 《새벽편지》였다. 하지만 가장 많이 읽고 주변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은 《서울의 예수》다. 시인은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서울의 예수》에서 시인이 바라본 세계는 그리 밝지 않다. 1980년대 초의 서울은 당연히 밝은 수 없는 사회였다. 하지만 그 때에서 여전히 서울은 희망적인 도시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인에게 서울은 희망도 절망이고 절망도 절망이고 슬픔도 슬픔이고 기쁨도 슬픔이다. 시인에게 가장 큰 희망은 기다림이다. 그의 사랑은 기다림이다. 그의 희망은 기다림이다. 사회의 온갖 모순과 잘못됨 속에서도 시인은 기다린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조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세상을 조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