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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년 전 비오는 여름날 저녁에 난
소록도 이야기를 들었다
모든 것이 왜곡된,
마르지 못한 인간의 눈물이 흘러나는 복사꽃 마을
쓰러진 동상의 흔적도
폭풍우 속에서 육지로 간 소년도 이제는 잊혀진
두려움만이 숨을 몰아쉬는 땅
살아있다는 이유보다
살아간다는 이유가 더 무의미했던
그들의 뭉겨진 손은
육지로 향하는 돌덩이에 실어 바다보다 깊은 절망을 메웠다
사랑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니
받을 수 있는 이에게만 행복한 것이니
받을 줄 모르는 뭇사람들은 고통일 뿐이니
형체를 잃어가는 그들의 사랑은 예견된 슬픔일 뿐이니
바라던 천국은
문둥이가 아닌 자들의 것이니
이미 희미한 기억 속의 여름날
새벽 창가에 부딪히는 빗물 속에서
우산도 없이 창 밖에 서있는 나를
애처롭게 방 안을 들여다보는 타인 같은 나를 본다
***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의 소설
/// 1992년 군대를 갔다와서 쓴 시입니다...벌써 십일년이 지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