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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구석구석 꽃눈 쌓이면
봄은 밑바닥 가슴에 와 있었네
배고픈 우리 집에
친정아버님 다니러 오셨네
바닥난 쌀독 어디서 채워놓나
싸리꽃 털어내어
저녁상 차릴 때까지
날일하러 간 남편 돌아올 때까지
편하게 계시라고 웃으면서 말씀드렸지만
하늘꽃 하나 둘 밤하늘에 피어나고
마른다는 싸리나무 아홉 시를 넘어서네
속이 좋지 않다고 일찍 누우신 친정아버님
패인 주름에 물 한줄기 흐르면
하루 품 팔아 온 남편의 쌀,
밥 짓는 늦은 밤
생싸리 타는 연기에
내 눈물 하염없네
--- 2006년
시를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