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글러브만 뚫어지게 본다.
안쪽 포심을 요구하는 포수에게 고개를 저었다.
투 스트라이크 투 볼
난 승부하고 싶다.
비록 한 개의 공이 여유가 있지만
지금 끝내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포수는 다시 바깥쪽 떨어지는 공으로 유인하자고 한다.
물론 속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포크를 던지지 못한다.
던질 수 있는 떨어지는 공은 커브뿐이다.
커브는 투 스트라이크를 잡을 때 던져서 위험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포크를 익혀두는 건데···
포수를 보며 다시 고개를 저으며 후회했다.
타자는 심판에게 타임을 요청하고 무사가 검을 휘두르듯
허공에 대고 방망이를 몇 번 휘두르며 숨을 고른다.
안쪽 포심, 파울
바깥쪽 체인업, 볼
바깥쪽 떨어지는 커브, 파울
몸 쪽 높은 포심, 볼
원 아웃, 주자 2루, 3대3, 7회말
천천히 마운드를 돌면서 던진 공을 생각했다.
입술이 마르기 시작했다.
박빙의 승부에서 확실하게 던질 수 있는 공,
맞아도 가슴 시원한 확실한 공을 던져야 한다.
다시 허리를 숙이고 포수를 바라본다.
그리고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지겠다고 사인을 보냈다.
그래 슬라이더, 18.44M를 비행하다 약간 휘면서 약간 가라앉는
포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왼쪽 다리를 들어올린다.
내게 보이는 것은
글러브를 향해 휘어져 들어가는 작은 비행선이다.
** 2006년 11월 9일
나는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스포츠에 대한 글이 없다.
그래서 이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