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가 세 번째로 작았던 난
여름에는 햇볕 좋은 창가 맨 뒤에
겨울에는 바람 시원한 뒷문 옆에 앉았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선생의 목소리는 창 밖 빗소리에 잘 들리지 않는다.
선생의 얼굴은 앞줄 녀석들의 뒤통수에 막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선생의 목소리와 칠판을
앞 녀석의 뒤통수를 피해 가며 열심히 쳐다봤다.
비는,
수업 시작과 함께 내리던 비는
점심시간에도 그칠 줄 몰랐다.
"여기 있으니 못 찾지!"
점심시간에 우산을 갖고 온 앞집 영필이 엄마가
우산을 내게 건네며 말한다.
“덤벙거리고 우산을 빠트린 게 우리 영필이하고 똑같네!”
“웬만하면 학교에 한 번 가지”
“공장에 가야 하는데 어떡해……”
“아니, 앞에 앉아도 모자랄 판에 맨 뒤 창가에 앉혔더라고…”
“봉투 들고 한 번 가봐!”
“……”
“영필이도 그래서 앞에 앉혔다니까…”
영필이 엄마가 간 후
한숨을 쉬며 부엌으로 가시는 엄마는
졸업식을 빼고는 한 번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가끔 비가 오는 날에
우산 쓰고 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주름 많던 그 선생의 이마와
“난 정직하고 착한 사람을 좋아해!”
라고 하던 말이 비릿하게 다가왔다.
*** 2006년 6월 29일 --> 2009년 6월 24일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