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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6 - [이전의 詩] - 꽃
-- 음악을 들으면 바이러스가 활기를 친다.
내 기억에 악성 바이러스가 한 마리 있다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죽이려 했지만
바이러스는 오늘도 내 머리를 휘젓고 돌아다닌다
언젠가 내 영혼이 불타 사라지는 날
그때쯤 이놈도 죽어버리려나
그런데 요즘 이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처음에는 그 미친년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순간순간 조금만 방심해도
그날의 일들을 하나씩 들추기 시작한다
내 머리칼은 성난 고슴도치처럼 뻣뻣이 서고
바이러스는 완전히 뇌세포를 제어하기 시작한다
“입만 벌려”
비명처럼 고막을 울려대는 메아리
뚱뚱한 그년의 검은 몽둥이가 내 머리를 목탁처럼 두드린다
난 심한 경련과 두통을 일으키며
중학교 1학년 교내 합창대회 연습실에 앉아 있었다
검은색 주름치마에 흰 바탕의 줄무늬 블라우스
안경 너머 찢어진 눈동자를 오늘도 보고야 말았다
그 후로 바이러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시간을 거슬러 올라 나를 그 자리에 앉혀 놓는다
잊으려 하면 할수록 그년의 얼굴로 내 기억을 파먹고
그리고 이젠 그년의 안경 너머 찢어진 눈주름 뒤로
햇빛에 반사되던 피아노 치던 녀석의 치아 교정기를 보여주더니
자꾸만 혈관을 거꾸로 타며 온몸을 들쑤시고 돌아다녔다
*2003년 10월
--> 수정
제목 : 바이러스
-- 음악을 들으면 그놈이 활기 친다
내 머리엔 악성 바이러스가 한 마리 산다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죽이려 했지만
바이러스는 오늘도 머릿속을 휘젓고 돌아다닌다
언젠가 영혼이 불타 사라지는 날
그때쯤 이놈도 죽어버리려나
그런데 요즘 이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처음에는 그 미친년을 보여주더니
이제는 순간순간 조금만 방심해도
그날의 일들을 하나씩 들춘다
머리칼은 성난 고슴도치처럼 뻣뻣이 서고
완전히 머리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입만 벌려”
비명처럼 고막을 울려대는 메아리
뚱뚱한 그년의 검은 몽둥이가 내 머리를 목탁처럼 두드린다
심한 경련과 두통을 일으키며 난
중학교 1학년 교내 합창대회 연습실에 앉아 있다
검은색 주름치마에 흰 바탕의 줄무늬 블라우스
안경 너머 찢어진 눈을 오늘도 마주치고 말았다
오늘도 바이러스는
음악 소리에 잠을 깨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자리에 앉히고
잊으려 할수록 그년의 얼굴로 기억을 파먹고
그리고 이젠 그년의 안경 너머 찢어진 눈주름 뒤로
햇빛에 반사되던 피아노 치던 녀석의 치아 교정기를 보여주더니
자꾸만 혈관을 거꾸로 타며 온몸을 들쑤시고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