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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44M 3

빈약한장소는없다 2010. 9. 19. 18:38

타임 요구를 심판이 받아들였다.
타자 박스에서 두 걸음 물러나와
심호흡을 하며 방망이를 휘두르며 투수를 봤다.
마운드를 돌며 숨을 고르는 투수의 이마엔
이슬 같은 땀방울이 떨어졌다.
펜스를 넘기는 파울을 친 후
잔뜩 긴장 했었는데
다행히 생각지도 않은 몸 쪽 공이 높게 들어와 음찔했다.
그리고 투수는 포수 사인에 두 번이나 고개를 저었다.
무슨 공이었을까?
순간, 숨이 막혀 옴을 느꼈고 타임을 요구했다.
  
원아웃에 주자 2루, 2스트라이크 2볼, 3대 3

내가 불리한 상황이다.
빠른 공에 대비하면서 떨어지는 커브도 신경 써야 한다.
원아웃이긴 해도 그냥 서서 당하지는 않으리라
못해도 주자를 3루로 보내야 한다.
둥근 방망이에 둥근 공이 맞을 때의 느낌
점과 점의 충돌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벤치에서도 별다른 사인은 없다.
천천히 타자 박스에 서며 자세를 잡았다.
투수도 투수판을 밟고 다리를 들어올린다.
방망이를 든 손목에 힘이 들어가고
왼 발을 투수의 킥 동작에 맞추어 리듬을 탄다.
공의 18.44M를 비행이 시작됐다.
난 다시 점을 향해 바람을 쪼게는 무사가 된다.



*** 2006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