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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빈약한장소는없다
2010. 9. 16. 17:35
거실 벽 흑백 사진에는
어머니 아버지가 손잡고 웃으신다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결혼하고
사랑은 만들어 가는 시간의 무게만큼 행복하다고
당신들 이름으로 문패 하나 만들지 못한
노부부가 서로의 손을 부끄럽게 잡고 웃으신다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기를 좋아하는 어머니
천식으로 밤샌 기침으로 잠 못 이루는 아버지는
가진 것 없는 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소주 한 잔에 눈물 흘리셨지만
가난이 대물려 주는 것이라면
사랑도 대물려 주는 것을
깊게 팬 주름 속에 환한 웃음으로 서 계신 노부부의 사진으로
하얀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앉았다
* 199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