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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빈약한장소는없다
2010. 9. 17. 11:07
가을이 문틈으로 들어온다고
우린 소주를 들고 落山으로
숨겨졌다. 모두들 떠나버린
우리의 잊혀진 사랑이
낙엽처럼 쌓였던 곳에 앉아
졸업한 친구들의 소식을 안주 삼아
이름조차 잃어버린 그네들을 떠올리며
군대 가기 전 여름으로 취해갔다.
힘 풀린 두 다리를
서로의 어깨로 지탱하며
둘만 남은 캠퍼스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내려오는데
차소리처럼 성북동 하늘엔
붉은 눈물만 번지고 있었다.
** 아마도 1993년도에 쓰지 않았을까....